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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세 얼간이(3 idiots) 얼간이들의 유쾌한 세상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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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 얼간이

개봉 : 2011년 8월 17일(인도 개봉은 2009년 12월)

감독 :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 아미르 칸, R. 마드하반, 사르만 조시, 카리나 카푸르 등

 

비주류는 얼간이가 되는 사회

이 영화는 얼핏 보면 청춘들의 성장기를 다룬 청춘드라마 같지만, 실은 인도 사회에 만연한 계급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풍자영화이다. 제목부터 주인공인 란초와 파르한, 라주를 "세 얼간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저 약간의 사회부적응자라고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란초는 엄청난 부잣집 아들에 준수한 외모와 천재이기까지 한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지만, 경쟁과 암기 위주의 교육시스템에 반감을 가지고 맞서는 인물이다. 파르한은 사진작가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의 강권에 의해 공대에 진학한 인물이다. 라주는 가난한 집안의 유일한 희망으로 공대에 진학했으나 성적은 만년 꼴지에 미신을 맹신하는 신실한 힌두교신자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얼간이가 다니고 있는 임페리얼공대(ICE)는 인도 최고의 명문대학이고, 각 지역의 수재들이 모인 곳이며,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ICE의 총장 비루 교수는 "인생은 레이스와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학생들에게 오직 학점과 취업만을 위한 경쟁을 부추긴다. 란초와 그의 친구들은 이런 교육방식과 비루 교수에게 반감을 가지고 대립하지만, 사회통념에 저항하고 주류를 거스르는 사람은 문제아로 치부되고 얼간이가 된다.

 

웃고, 울다 보면 2시간 40분이 금방

무려 2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한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영화다. 인도영화 특유의 연출로 영화 중간에 춤과 노래가 나오기도 하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 덕에 부지런히 좇아가며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고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재의 파르한과 라주가 란초를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시작부터 쓰러지는 연기를 해서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키는 파르한과 바지도 안 입고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온 라주를 통해 얼간이들의 괴짜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이후 과거 회상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또 가끔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시험 전 날 다른 학생들 방에 성인잡지를 넣어 공부를 방해하는 차투르, 파르한과 라주를 란초와 떨어트리기 위해 파르한과 라주의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는 비루 교수의 유치함이나 졸렬함은 두 사람이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사회를 부추기는 부정적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마냥 밉거나 나쁘다기 보다 약간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반대로 전혀 모르는 남의 결혼식에 가서 결혼을 하라 마라 참견하는 란초,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시험지를 훔치라고 열쇠를 건내는 피아와 시험지를 훔치는 란초와 파르한의 모습 등은 마냥 좋게 보이지만도 않았다.

영화에서 비판하고 있는 인도사회의 모습이 한국사회와도 많이 닮아있기 때문에 주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표현방식에 과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 일련의 에피소드를 웃음으로 풀어냈기에 거부감 없이 즐겁게 웃으며 감상할 수 있다. 

 

All is well

"알이즈웰" 주인공 란초가 특유의 인도식 영어발음으로 입버릇처럼 수시로 하는 말이다. OST의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하다. 세얼간이는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All is well을 외친다. 후반부에는 모나가 출산하는 씬에서 모두가 다같이 외치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 최고의 유행어였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란초처럼 "All Is Well"을 외치며 스스로, 혹은 누군가를 응원했다.

이 영화는 학점과 취업을 위한 주입식, 암기식 교육 체제를 비판하고 진정한 배움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을 통해 이러한 경쟁사회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무거울 수도 있고, 솔직히는 조금 진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세 얼간이가 사회문제를 유쾌한 웃음으로 비틀며 동시에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성공이 따라온다는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란초와 친구들의 어이없고, 바보같은 말과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꿈을 찾아가는 길을 응원하고 박수치며 위로를 받은 것이 아닐까. 

누군가 내게 인생영화를 물으면 빠지지 않고 리스트에 들어가는 게 바로 이 영화다. 개봉한지 오래된 영화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슴을 두드리며 "All is well" 하고 되뇌이면 유쾌한 란초와 그의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다 잘 될거라며 같이 응원하고 힘을 주는 느낌이 든다. 위로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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