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드인디고
개봉 : 2014년 12월 11일
감독 : 미셸 공드리
주연 : 오드리 토투, 로망 뒤리스, 게드 엘마레 등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인가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L'ecume des jours)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미국에서는 무드인디고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무드인디고로 개봉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원작 자체가 워낙에 매력적인 작품이라 미셸 공드리 이전에도 이미 두 차례 영화화 되었지만, 프랑스 초현실주의 걸작으로 불리는 원작에 공드리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원작이 쓰여진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이다. 여전히 낭만적이고 사랑이 넘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생명 경시 풍조가 남은채로 깜짝 놀랄만큼 혁신적인 프랑스가 이 작품의 배경이다. 미쉘 공드리 감독은 뛰어난 미장센을 통해 완벽하게 그것을 영화 안에 녹여낸다.
이런 배경을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왜 그렇게나 아름다운 영상미와 상상력 넘치는 동화같은 장면들로 우리를 설레게 했다가, 차갑고 잔혹하게 마무리하는 것인지 조금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다리가 길어지는 비글무아춤, 연주에 따라 칵테일을 만드는 피아노, 빛을 비추면 몸 속을 보여주는 엑스레이 등 어이없고 황당한 장면들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 것도 그저 그러려니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VIVID - PASTEL - MONO - COLORLESS
VIVID
발명가인 콜랭은 칵테일 피아노를 발명하여 큰 돈을 벌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절친인 시크는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에게 빠져 살아가고 있다. 시크는 파르트르의 강연장에서 만난 알리즈와 사랑에 빠지고, 콜랭은 절친인 시크와 요리사 니콜라도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랑을 찾아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는 파티에서 만난 클로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는대로 알록달록한 칵테일을 제조하는 콜랭의 발명품은 비비드 시기의 컬러감과 생동감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PASTEL
콜랭은 클로에와 꿈같은 데이트를 하고, 마침내 진심을 담은 사랑 고백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반면에 시크는 파르트르의 물건 수집에만 열정을 쏟고, 결혼을 꿈꾸는 알리즈는 콜랭과 클로에 커플을 마냥 부러워하기만 한다.
특히 파스텔 시기에 콜랭과 클로에가 구름을 타고 짧은 여행을 하는 장면은 마치 동화같이 아름다운 영상미로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MONO
수련의 씨앗이 폐로 날아들어 폐에 수련이 자라기 시작한 클로에, 그런 클로에를 치료하기 위해 전재산을 쏟아붓는 콜랭은 이제 더 이상 파스텔톤의 시기처럼 행복하지가 않다. 콜랭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색을 읽어가고, 화려했던 콜랭의 모든 것들이 점점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한편 콜랭이 준 결혼자금까지 파르트르의 물건 수집에 다 써버린 시크에게 알리즈는 점점 지쳐간다.
COLORLESS
험난한 노동을 닥치는대로 하는 콜랭의 노력에도 클로에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고, 장례식마저도 돈이 부족해서 아주 엉망진창으로 치르게 된다. 시크와 알리즈의 사랑 또한 비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 파르트르 물건 수집에 전재산을 탕진하고도 멈추지 못하는 시크를 이해할 수 없는 알리즈는 파르트르를 증오하게 되고, 그를 찾아가서 죽인다. 이에 충격을 받은 시크는 알리즈에게 이별을 고하고 자살한다.
사랑은 실존에 앞선다
영화 속에서 시크가 빠져있는, 그래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사랑도 잃고, 죽음에 이르게 한 장 솔 파르트르가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결국 분노한 알리즈가 그를 죽여버리는데,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세월의 거품"을 쓴 원작자 보리스 비앙은 실제로 사르트르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사르트르를 저격한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엄청난 사랑꾼에 로맨티스트였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던 사르트르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하고 싶은 말은 "사랑은 본질보다도 우선한다던 그 실존조차도 앞선다"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실존주의의 상징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실존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유의지를 가진 각각의 존재가 지옥과도 같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등의 진정한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존주의의 한계를 비판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파스텔톤인 나의 사랑에 감사하며, 지금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하겠노라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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